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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따라하기? 이해하기 !

다알리아꽃 2023. 12. 24. 19:14

 

남편 따라하기 ? 남편 이해하기 !  

 

 

남편은 책만 보기 시작하면 엉덩이에 껌딱지 붙여놓은 것처럼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좋아하는 책만 있으면 , 하루 종일 꼼짝도 않고 그대로 앉아 있을 사람이다. 어떻게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 매일매일 틈만 나면 책만 보는 남편이 얄미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책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말을 시켜도 대답이 없다. 허공에 대고 말하는 내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책에 집중하면 할수록 더욱 더 답이 없다.

 

지금처럼 너는 너 , 나는 나 남남처럼 그냥 살기는 싫었다. 앞으로 몇 해를 더 같이 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생은 남편과 함께 재미있게 살고 싶어졌다. 서로를 위해서다. 예전에 연애 할 때는 요즈음 아이들처럼 헤어지기 싫어 집 앞을 계속계속 맴돈 적도 있었다. 같이 꼭 붙어 있으려고 결혼 했는데, 세월이 흘렀다고 서로를 너무 소홀히 하는 건 절대 아닌 거 같다.

 

남편이 어느 날 왜 책만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 답을 찾기 위해 2013년부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혹시 답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해서다. 고양시 도서관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내가 관심이 가는 강의를 주로 들었다. 또 책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지음 )”이다. 나는 또 다른 신세계에 빠져버렸다. 책 읽는 재미를 안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에 다니고 몇 달이 지난 후에야 남편에게는 책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란 걸 알았다. 그 이후부터는 남편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책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겼다.

 

남편에게 책이야기를 꺼내면, 신이 나서 한도 끝도 없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60평생 결혼 한 이후, 얼마 지나고 나서부터는 남편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 온 적은 거의 한번도 없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라고 소리쳐 말하고 싶었다. 나의 남편을 이해하게 되니 훨씬 내 삶이 편해졌다.

 

언젠가 동네 책방에서 하는 프로그램 행사에 참석했다. 거기서 내는 퀴즈를 맞추면 책을 선물로 주었다. 그때 내가 선물로 사피엔스책을 받았다. 나중에 딸이 해준 이야기인데 삼송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대기를 걸어 두었는데도 순서가 안와 남편은 포기했다고 한다. 그때 내가 딱 사피엔스 책을 내 밀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절대표현 안 해도 나만이 알 수 있는 좋아하는 눈빛을 아주 강하게 느꼈다. 잘했어 ~ 고마워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을까 ?

 

그런 일을 겪은 후에 고양시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 있으면 언제든지 참여한다. 우리끼리는 도서관투어라 이름 부쳐본다. 벌써 도서관 문을 두드린지가 10년이 다 되간다. 도서관 각종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책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이 몹시도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오랜 세월을 도서관에 다니다 보니 내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 (박상진지음) “가슴 떨릴 때 떠나라” (김황영지음 ) “사진관집 2”(신경림지음 ) “어쩌다 디자인” (장영진지음) “느낌의 미술관” (조경진지음) “타샤의 식탁” (타샤튜터지음) 요사이 받은 책은 난임타파 (이병삼지음)...정말 많은 책들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내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물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 늘 같이 안 놀아주어 남편 따라하기?를 시작해봤더니 어느 듯 남편이해하기!“ 가 되었다. 그러다가 또 나에게도 나만의 황금놀이터가 생긴 것이다.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에 다니다보니까 알면 알수록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고 싶은 책들도 생겼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라는 질문도 던져보는 내가 된 것이다. 정말 내 인생에서 도서관 놀이터에 내 노후를 잘 맡긴 거 같다. 마지막으로 고양시 도서관 센터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2022년도를 보내며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