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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큰 딸이 처음 사준 카메라 ( "나를 찾아가는 여행" 에서)

by 다알리아꽃 2021. 8. 22.

큰딸이 처음 사준 카메라

 

 

호수공원에 사진 찍으러 갔다가 벤취 위에 카메라를 놓고 왔다. 저만큼 걷다가 갑자기 카메라 생각이 났다. 그 자리에 가 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카메라에 담긴 추억까지도 몽땅 날아 가 버린 거 같아 속이 많이 상했다. 혹시나 하면서 찾을 거 같다는 예감도 들었다. 꼭 찾고 싶었다.

처음에는 작은딸이 쓰던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시 카메라를 사는 것보다 딸이 쓰던 거라 의미도 있고 처음에는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 찍는법을 알기만 하면 됐다. 사진반에 들어갔다. 이론도 배웠다. 처음에는 사진 찍으러 호수공원에 많이 갔었다. 가끔 인사동이나 경복궁에도 갔다.

필름카메라라 현상이 꼭 필요했다. 필름을 사야하고 인화를 해야 한다. 잘 찍든지 못 찍든지 전부 인화해야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찍어서 맘에 안 드는 사진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현상비가 아까워도 많이 찍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그때도 많이 찍어야 실력이 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이 찍어야만 된다. 아직까지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잘 찍는 사람들은 필름만 불빛에 비추어 보고 잘 찍은 것을 가려낼 줄 알았다. 초보라서 무조건 다 인화했다. 처음에는 필름 값도 많이 들고 인화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 또 작은딸이 쓰던 손안에 소옥 들어오는 앙증맞고 예쁜 카메라가 있었다. 작기도 하지만 특히 가벼워서 좋았다. 소형디지털카메라였다. 나는 그 카메라를 달라고 했다. 작은 딸은 선뜻 내주었다.

그 카메라로 많이도 찍고 돌아다녔다. 나랑 7년 동안 안 가본 곳도 없고 한 순간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핸드백에 넣어도 들어가고, 맘에 안 드는 사진 찍으면 그 자리에서 LCD 창을 보고 바로 지울 수도 있다. 너무 편리하고 간단한 기능이어서 더 좋았다. 필름카메라와는 완전 다른 세계였다.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일명 똑딱이 카메라였다. 낡기도 하고 손때 묻어있는 카메라를 남들은 거들 떠 보지도 않을 거 같았다. 혹시나 카메라를 돌려받지 않을까 해서 하루를 기다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을 기다려도 되돌아오질 않았다.

어느새 큰딸이 고민하는 나를 읽은 모양이다. “엄마 ,걱정 하지마. 엄마의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렸으니 자기가 언제든지 사줄 수 있다.” 고 위로해 주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내 마음을 읽어주는 큰 딸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위로의 말만 들어도 고마웠다. 또 막상 카메라는 사준다니까 어떤 카메라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고민도 많이 했다. 카메라 렌즈가 숫자가 작을수록 잘 찍히고 좋은 카메라였다. 고르고 골라서 지금 쓰는 카메라를 갖게 된 것이다.

요사이도 매일 새벽에 내가 살고 있는 창릉천에 나가 여러 종류 꽃사진도 찍고 다양한 꽃반지 낀 모습도 찍고 있다.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모습도 찍고 있다.

매일 찍어도 매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 좋다. 그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큰딸이 처음 사준 카메라가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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